말의 속뜻과 겉뜻

여자는 남자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속뜻과 겉뜻이 다른 말을 한다. 여기서 속뜻과 겉뜻이 다른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연인 사이인 남녀가 각각 업무를 마치고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약속 시간이 다 돼서 남녀는 약속 장소로 나왔다.)
- 여자 : 오빠 오랜만에 보니깐 반갑다. 요즈음 많이 바쁜가 봐.
- 남자 : 우리 이틀 전에 보지 않았나? 암튼 좀 바빳어.

-> 여자의 오랜만이라는 표현은 그동안 남자가 연락을 자주 안 했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여자가 보자고 했을 때 거절한 것을 비꼬아 표현한 것이다. 여자의 말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마음에 안 들더라도 너그럽게 넘어가자. 괜히 문제 삼으면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뿐이다.


(인사를 마친 남녀는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 여자 : 오빠 뭐 먹고 싶어?
- 남자 : 잘모르겠는데. 그냥 너 먹고 싶은 거 먹자.
- 여자 : 그러지 말고 오빠 먹고 싶은 거 말해.
- 남자 : 오랜만에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때?
- 여자 : 응, 좋아.

-> 식사를 앞두고 여자가 남자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는 건 예의상 하는 말이다. 간혹 남자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어서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는 않다. 여기서 여자의 질문은 남자에게 역으로 자신에게 무엇이 먹고 싶은지 물어봐달라고 하는 거다. 혹은 먹고 싶은 메뉴를 벌써 정해둔 상태에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하자는 거다. 음식 결정권은 여자에게 100퍼센트 위임하자. 최소한 밥상머리 앞에서 다툴 일은 피할 수 있으니까.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동안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 여자 : 오빠, 내 친구 혜진이 기억나? 그 친구 얼마 전에 사귀기 시작한 남자랑 잘돼서 몇 달 뒤에 결혼한대.
- 남자 : 그렇구나, 암튼 결혼 축하한다고 전해줘.

-> 남자는 몇 마디밖에 안 했지만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여자가 자신의 친구 결혼 소식을 남자에게 말한다는 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열이면 아홉은 부러움의 표시이며 자신도 결혼하고 싶다는 거다. 이럴 땐 "우리도 잘돼서 결혼해 알콩달콩 살면 좋겠다" 가 그녀가 원하는 대답에 가깝다. 질투심 강한 여자는 작은 거 하나에 감동한다.


(잠시 뒤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두 사람은 고기를 굽는 동안 각자 하루 일과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 여자 : 나 힘들어 죽겠어. 최 대리 그 여우 같은년이 사람들 앞에선 아무 말 안 하다가 단둘이 있으면 날 어찌나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내가 이놈의 직장 그만두든지 이민을 가든지 해야지. 
- 남자 : 그럼 남의 돈버는게 쉬운 줄 알았어? 직장 생활 힘든 건 다 마찬가지지. 힘들어도 조금만 참아봐. 너도 위로 올라가면 지금보단 편해지니까 

->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넋두리를 늘어놓는 건 해결책이나 충고를 듣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자신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달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해주는 것만으로도 심리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녀를 위한답시고 어쭙잖은 충고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말자. 여자는 "나도 다 알거든요. 너나 잘하세요" 라고 생각하며 남자에게 말한 걸 후회할 것이다. 여자 말을 끝까지 귀 기울여 들어주는 습관을 갖도록 노력하자. 사소한 말다툼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으니까.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온 남녀는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궁리하고 있다.)
- 남자 : 배도 부르고 뭐 할까? 영화 볼까? 아님 커피 마시러 갈까?
- 여자 : 그러지 말고 오빠 오늘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어?
- 남자 : 말해봐. 어려운 부탁 아니면 들어줄게.
- 여자 : 오빠 집 구경시켜줄 수 있어? 벌써 3개월이나 만났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해.
- 남자 : 집이 엉망이라 좀 그렇다. 오늘 말고 다음에 보여줄께. 미안
- 여자 : 그럼 할 수 없지 뭐.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자.

-> 남자가 여자와 자고 싶을 때 흔히 하는 말이 "피곤하니까 조금만 쉬었다 가자" 다. 이와 같은 의미로, 여자는 남자에게 집을 구경시켜달라고 한다. 용기를 내어 한 부탁을 거절당한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자존심에 심한 타격을 입었다. 당분간 그녀의 입에서 같이 자자는 표현이 먼저 나오진 않을 것이다. 집을 구경시켜달라는 표현 외에 여자가 남자에게 먼저 자자는 은유적 표현에는 "조용한 곳에 가서 이야기하고 싶다." "여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다" 등이 있다.